명사칼럼
작성자 한범구
작성일 2011-05-26 (목) 08:22
ㆍ추천: 0  ㆍ조회: 1452      
IP: 121.xxx.74
문간공(휘 상경) 양촌선생문집 제22권 [ 발어류(跋語類)]

○ 별원법화경(別願法華經)의 발어(跋語)

상이 즉위한 3년 가을 8월 어느 날, 도승지(都承旨) 신(臣) 한상경(韓尙敬)이 신 근(近)에게 임금의 뜻을 전하였다. 이르기를,

“내가 덕이 없는 사람으로 온 백성의 추대에 못이겨 왕씨(王氏)를 대신하여 나라를 보유(保有)하게 되었으니, 이는 부득이한 일이나 부끄러움이 많다. 그 씨족을 보전하여 나라와 그 낙을 같이하려 하였더니, 뜻밖에 전왕의 소전(小腆 고려의 신하)이 의심을 품고 은밀히 불궤(不軌)를 꾀하여 스스로 멸망을 재촉하니, 모든 신하와 원로들이 한결같이 법으로 시행할 것을 청하므로 내 굳이 어기지 못하였으나 깊이 슬퍼하는 바다. 이 어찌 나의 본심이랴. 이미 이 세상에 같이 살지 못하게 되었으니 저승에서 놀도록 인도하는 것이 옳으리라. 그래서 서원(誓願)을 발하여 금물로 써서《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3부를 만들었으니, 이는 왕씨의 종족과 모든 법계함령(法界含靈)까지 진리에 의지하여 빨리 묘과(妙果 열반)를 징험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또 생각건대, 이 경(經)을 만드는 데 든 비용은 적으나 모두가 백성에게서 나온 것이라 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남은 은택을 미루어서 신민(臣民)을 이롭게 하기를 바랄 뿐이요, 감히 부덕한 내 몸을 위하여 복을 비는 것은 아니다. 너는 나의 뜻을 써서 책 끝에 기록하라.”
하매, 신 근이 명을 받들고 황송하여 꿇어 엎드려 아뢰기를,

“삼가 생각하건대, 전하의 성덕으로 천명을 받들어 포학을 너그러움으로 대신하매, 저자에서는 점포를 바꾸지 않고 백성은 병기를 보지 않고도 얼마 되지 않아서 대통(大統)이 정하여졌으며, 국가가 청명하여지고 만백성이 열복(悅服)하니, 이는 순(舜)ㆍ우(禹)가 일어난 까닭이요, 탕(湯)ㆍ무(武)가 미치지 못한 바입니다. 전대의 후손들을 너그럽게 포용하여 기필코 보전함으로써 그 세대를 길이 존속토록 하려 하였으며, 그 악이 여물고 틈이 생긴 뒤에야 다스려서 화란을 제거하고도, 오히려 죽음을 마음 아파하여 복을 뒤좇아 구하시니, 덕이 시종(始終)에 나타나고 은혜가 유명(幽明)에 미친 것으로, 사랑을 극진히 하고 의로움을 다한 것입니다. 저들이 만약 깨달음이 있다면 반드시 저승에서도 감복하고 부끄러워하여 보답을 도모함이 끝없을 것입니다. 또 백성의 재력 염출을 염려하여 그 이익과 혜택을 다같이 누리려 하시니, 애써 보살피는 마음이 지극히 깊고도 간절하십니다. 이 마땅히 민중의 마음이 감복할 것이요, 하늘이 또한 도와서 깊은 인애와 두터운 은택으로 국맥(國脈)을 배양하여, 억만세에 무한한 아름다움을 전한 것입니다. 대저《연경(蓮經)》의 미묘한 뜻에 있어서는, 듣는 자가 받아 기록하게 되면 불씨(佛氏)의 묘과(妙果)를 징험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공덕의 훌륭함은 언어로 형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신이 어찌 군말을 더하리까.”
하였다.


[주D-001]서원(誓願) : 불교 용어. 보살(菩薩)이 수행(修行)의 목적인 원망(願望)을 밝히고 그 달성을 맹세하는 일. 보살의 공통된 사홍서원(四弘誓願), 아미타(阿彌陀)의 사십팔원(四十八願), 석가(釋迦)의 오백대원(五百大願)이 있다.
[주D-002]법계함령(法界含靈) : 불교 용어. 불법(佛法)의 범위 안에 있는 모든 중생. 법계는 곧 만유제법의 체성으로 진여(眞如)와 같은 것이요, 함령은 중생이 각각 심령(心靈)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 금물[金泥]로 쓴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의 발

영락(永樂) 6년 5월 24일 임신에 우리 국조(國祖) 계운신무 태상왕(啓運神武太上王)이 승하하셨는데, 우리 전하께서 몹시 마음 아파하시고 슬피 사모하시면서 장례를 치르고 제사를 받들기를 반드시 정성껏 하여 예를 다하였으며, 부처의 도로 명복을 비는 일까지도 그 성심을 다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이에 중궁 정비(靜妃)와 더불어 같이 서원(誓願)하는 뜻을 내어 서천군(西川君) 한상경(韓尙敬)에게 명하여 금물로《묘법연화경》1부를 써서 명복을 비는 자료로 삼게 하고, 신 근(近)에 명하여 그 끝에 발문을 짓게 하였습니다.
신은 삼가 생각건대, 성인의 덕은 효보다 더 큰 것이 없고 효를 이루는 도는 그 마음이 무궁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 주상 전하께서 태상왕을 받들어 섬기시매, 생전에는 봉양의 도를 다하고 돌아가셔서는 슬픔의 도를 다하여 유감이 없었는데도, 오히려 만족하게 여기지 않고 명복을 비는 일까지 힘쓰지 않음이 없었으니, 효를 이루는 그 마음이 참으로 무궁한 것입니다. 우리 태상왕께서 신무(神武)의 자질로 살리기를 좋아하시는 덕을 독실히 하여, 잠저(潛邸)에 계실 때부터 모든 어려운 일을 겪으시고 나라를 창건하셨으되, 일찍이 하나의 죄없는사람을 죽이지 않고 하나의 불의(不義)도 행하지 않아, 크게 천인(天人)의 도움을 얻어 만세의 반석 같은 기틀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불승(佛乘)을 독신하여 불경을 베끼고 절을 지어서 그 영역을 넓히시매, 전하께서도 이를 이어받아 그 도를 고치지 않고 또한 정성을 다하시니, 정성이 지극한 곳에 반드시 나타나는 감응이 있는 것이다. 우리 태상왕의 영혼이 곧 성불(成佛)의 수기(授記)를 얻어, 더욱 자손들을 잘 살게 하는 꾀를 주어 종사(宗社)가 공고할 것이고 만세에 영원히 힘입을 것입니다.


[주D-001]불승(佛乘) : 승은 실어 옮긴다는 뜻. 중생들을 싣고 불과(佛果)에 이르게 하는 교법. 즉 부처의 교법을 말한다.
[주D-002]수기(授記) : 불타(佛陀)가 그 제자들에게 미래의 증과(證果)에 대하여 미리 예언한 교설(敎說). 또는 그러한 예언을 주는 일.

  0
3500
    N     분류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24 장헌공 재실 중수기(莊獻公 齋室 重修記) 한범구 2017-02-20 353
23 문간공(諱 尙敬)외 21인 아조(我朝)의 상신(청장관전서 제68권) 한범구 2011-06-22 1797
22 문간공(휘 상경) 양촌선생문집 제22권 [ 발어류(跋語類)] 한범구 2011-05-26 1452
21 문간공(諱 尙敬)관련 시류(詩類) - 신도팔경(新都八景) 한범구 2011-05-15 1532
20 문간공(諱 尙敬)관련 양촌선생문집 제8권에 기록된 화답한 시 한범구 2011-04-19 1717
19 文靖公(諱 繼禧)이 한국고전번역원에 言及되어있는 文集 한범구 2011-04-15 1832
18 국조보감(國朝寶鑑) 68권, 별편 7권에 수록된 《사조보감(四朝寶.. 한범구 2011-04-02 1163
17 문정공(諱繼禧)이 마저 지은《정관정요주》와 여러 책의 지은이 한범구 2011-03-21 1111
16 사가문집 제4권 ; 서(序)《경국대전(經國大典)》서문 한범구 2011-03-15 1373
15 현재 밝혀진 유일한 문정공(諱 繼禧)의 응제시(應 製 詩) 한범구 2011-03-03 1020
14 기재잡기 1(寄齋雜記一) 문정공(諱 繼禧)관련 자료 한범구 2011-02-21 678
13 해동역사 제43권 (예문지(藝文志) 2)수록된 문정공(諱繼禧)지은 .. 한범구 2011-02-15 1096
12 四佳集書(사가시집 제44권) 문정공(諱 繼禧)에 대한 만사(挽詞) 한범구 2011-02-09 1237
11 洪範九疇(홍범구주) 한범구 2011-01-20 869
10 시경<詩經>에 나오는 금등지서<金縢 之書>와 .. 한범구 2011-01-20 959
9 해맞이 하러 가자 한범구 2011-01-10 677
12